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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 어디로 가나

기사승인 2016.02.01  11: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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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전통문화와 공산주의는 본질적으로 서로 배치된다. 만일 시진핑이 정말로 중국에 전통문화를 회복시키려는 의도라면, 이는 곧 공산당의 소멸을 의미한다. 전통문화와 공산당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2011년 천안문 광장에 세워졌다가 100일 후 다른 곳으로 옮겨졌던 공자상. (AFP) 

권력 핵심부에 유학자 초청해 정치국 위원 대상 강연
유교이념 강조, “애국주의 위해 역사·문화 존중해야

시진핑은 2012년 취임 이후 반부패 ‘호랑이(고위 부패관료) 사냥’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정적들을 제거, 관료계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군사개혁 이후로는 군과 정부 최고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정운영의 장애물을 제거한 시진핑은 이제 중국을 어떠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시진핑이 취임 이후 중국 전통문화, 특히 유가사상에 대해 자주 언급해왔다는 점이다. 중공 정치국은 2015년 연말 중난하이에서 단체학습을 실시했는데, 시진핑은 이 자리에 유학자인 천라이(陳來) 교수를 초청해 강연하도록 했다. 시진핑의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을 시사한다.

2016년 새해부터 일어난 여러 사건은 시진핑이 현재 정적(주로 장쩌민 전 주석과 그 일파)을 대상으로 중화권과 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진핑이 전직 당 총서기였던 장쩌민을 공개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당의 집권 정당성을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현재 시진핑은 이런 난국의 돌파구를 전통사상, 유학에서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30일, 칭화대학교 국학연구원 원장인 천라이 교수가 중국 권력층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에서 중공 정치국 위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이 소식은 중국 현지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지는 않았으나 인민망(人民網)의 천 교수 특집기사를 통해 일부가 공개됐는데 ‘중화민족 애국주의 정신’을 주제로 옛 격언이나 경구를 통해 애국주의의 기원과 특징을 밝히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에 따르면 천 교수는 “정말로 국가에 이로운 일이라면 목숨 바쳐 다할 뿐, 어찌 화복(禍福)을 이유로 피하겠는가”라는 임칙서(林則徐·청나라 정치가)의 말이나 “사직에 이로운 일이라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해낸다”는 유교경전인 ‘좌전’(左傳)의 글귀를 인용해 “애국주의는 감정의 한 종류지만, 중화민족의 애국주의는 평화와 개방성을 그 기조로 한다”고 설명했다.

강연은 1시간 정도 진행됐으며 질의시간 20분이 주어졌다. 강연 후 시진핑은 강연내용에 대해 칭찬하면서 “애국주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려면 반드시 중화민족의 전통적인 역사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오랜 기간 중국 전통문화 연구에 전념해 왔다. 그가 원장으로 재직 중인 칭화대학 국학연구원은 80여 년 전에 세워졌던 칭화국학원을 계승해 2009년 새로 문을 연 기관이다. 옛 칭화국학원은 4대 도사(導師) 왕궈웨이(王國維), 량치차오(梁啟超), 자오위안런(趙元任), 천인커(陳寅恪)로 명성을 누렸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시진핑이 주최한 중공 정치국 제29회 단체학습. (동영상 캡처) 

시진핑정치국에 유학자 초청강연

시진핑은 왜 정치국에 유학자를 초청해 강연하도록 했을까.

재미학자이자 전 중국예술연구원 소속 연구원이었던 우줘라이(吳祚來)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전통의 일부를 빌려 와서 국민의 도덕교육을 강화해 현대 중국을 다스리고자 한다. 지금 중국사회에는 도덕이 결여됐다”고 설명했다.

우줘라이는 “그러나 중국은 법치·정의·도덕을 중시하지 않고 정부·관료·사법부가 부패했다”며 “3권 분립이 없고, 사회에 시민이나 진정한 의원, 정당 간 경쟁 등 현대문명의 가장 기본적 요소들조차 없는 상황에서 도덕만 강조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그는 “외래 정권인 중공은 자신을 중국화하고 중국의 실정에 적응하고자 한다. 마르크스주의는 파산했고 중국인은 아무도 마르크스주의를 믿지 않는다”며 “공산당 이데올로기가 와해된 상황에서 그들의 유일한 방법은 전통과 도덕을 내세워 보는 것뿐이다.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전통문화 연구에 전념해온 천라이(陳來) 교수. (중앙기율검사위원회 홈페이지) 

유교이념중공 통치이념과 상극

천 교수가 중난하이 강연에서 유교이념을 통치철학으로 내세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공 공직자 사정·감사 총괄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 홈페이지에 지난해 7월 실린 천 교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관련성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 인터뷰에서 천 교수는 반부패와 관련해 국가통치 문제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몇몇 정부기관 홈페이지에서는 ‘집권당이 중국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자발적으로 중화문명을 전승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해당 인터뷰를 전재해 정부 측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천 교수는 인터뷰에서 유교의 치국(治國)사상을 현 정세와 관련해 풀어냈는데, 중화전통사상에서는 형벌이 아니라 덕치(德治)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자는 덕으로 백성을 통치하고 예의로써 백성을 다스려 백성이 부끄러움을 알게 하고 선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사회라고 보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천 교수는 중공의 통치방식과 반대되는 여러 유교적 치국사상을 소개했다. “정치가라면 매일같이 어떻게 남을 고칠까를 고민하지 말고 먼저 자신부터 어떻게 고칠까를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 간부들의 부패 등 사회 문제 가운데 다수는 우리가 전통문화의 기능을 간과한 것과 관계가 있다”, “우리 전통문화에는 고유의 감찰 시스템이 있다. 권력에 대한 제약이나 관료들에 대한 감독 모두 제도화된 측면이 있다”, “중국 역사상의 관료제는 세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래 유지된 제도인 만큼 이를 잘 평가해서 오늘날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전통사회는 도덕과 법치를 중시했다” 등 천 교수의 발언이 중기위 홈페이지에 여전히 실려 있다.

재미학자 우줘라이도 “고대 중국은 황실․유교․가정의 3권 분치(分治)가 이루어지는 무척 안정적인 구조였다”며 천 교수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전통 문명은 농업사회 문명으로서 황제라고 부르는 통치자가 있고, 국가의 통치 이념은 유교 사상이었으며 국가 관리자들은 모두 학자로서 각종 시험을 통과한 후에서야 국정 운용에 참여했다”며 “사회 하부에서는 자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공산당에는 하부 자치의 개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시스템이 없고, 다만 중앙조직부나 조직부의 임명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기 때문에 매관매직이 일어나기 쉽다. 고대 과거제도는 부정행위를 하기 무척 어려웠고, 도덕적으로 우수하고 문장이 뛰어난 인재들, 사회 엘리트들이 대량으로 국가 중고위층에 진입하도록 한 선진적인 제도였다. 공산당이 만든 제도는 부패한 제도”라고 말했다.

중국 전통문화는 중공의 이데올로기와 차이가 크다. 유교의 치국사상인 덕치인정(德治仁政)은 중공 일당독재와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덕이 법률에 우선하고, 정신이 물질보다 중요하며, 가정이 계급보다 소중하다고 여긴 유교사상은 공산당의 유물론, 투쟁철학, 계급론과 차이가 매우 크다.

최근 중국사회에서는 조화(和諧)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으나 그 기원이 된 유교에서는 전혀 투쟁을 숭상하지 않는다. 유물론을 강조하는 공산당에게 있어 물질은 가장 우선적인 것이자 심지어 유일한 것으로서 정신은 부차적이거나 심지어 부정해야 할 대상이다. 

시진핑탈중국화 반대 입장 명확

시진핑은 취임 이후 다양한 자리에서 “중화민족의 우수한 문화 전통을 절대로 폐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14년 9월 베이징사범대에서 열린 스승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은 “고대 경전 시사(詩詞)나 산문을 교과서에서 제외하는 것을 반대한다. 탈중국화(去中國化)는 무척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틀 후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한자를 폐지한 일본·한국·베트남과 대만독립분자에 대해 “탈중국화했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시진핑이 지적한 것은 중공 자신이었다.

탈중국화의 대표적 사건이었던 문화혁명이 30여 년 흐른 이제 중국의 반부패를 앞장서고 있는 중기위는 “집권당이 중국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자발적으로 중화문명을 전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미학자 우줘라이는 한 기고문에서 “현대 중국이 직면한 중대한 정치적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얼마 전 중기위의 수장인 왕치산 서기가 집권당의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던 것만큼이나 주목을 끌고 많은 것을 시사하는 사례”라고 평했다.

이 기고문에서 우줘라이는 “이는 우선 중공 정권이 중국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중공 정권의 중국화가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만일 중국화가 중공으로 하여금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포기하고 유교사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면 공산당은 더 이상 공산당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공산당을 창건한 마오쩌둥은 공산당의 말로에 관해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마오쩌둥 조카 마오위안신(毛遠新)의 구술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마오쩌둥, 역사를 논하다 : 공자를 다시 불러오면 공산당은 머지않아 끝장난다’는 글에서는 공산당과 공자의 관계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은 진위논란이 있으나 마오쩌둥이 “만일 공산당 역시 더 이상 통치할 방도가 없거나 어려움에 맞부딪혀 공자를 다시 불러내는 때가 오면, 이는 곧 공산당도 머지않아 끝장이라는 뜻이다”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반부패 마치면 방향성 나타날 것

그렇다면 시진핑은 향후 국정방향을 어디로 설정하고 있는 것일까.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중화전통문화와 공산주의는 본질적으로 서로 배치된다. 만일 시진핑이 정말로 중국에 전통문화를 회복시키려는 의도라면, 이는 곧 공산당의 소멸을 의미한다. 전통문화와 공산당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중국의 지도자로서 시진핑은 이 사실을 깨닫고 있을까? 그는 어떠한 노선을 걷고자 하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재미학자 우줘라이는 “시진핑은 부친 시중쉰과 집안이 문화혁명 기간 받은 박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는 (문화혁명 같은 이념과 제도는) 사악한 것이므로 반드시 없애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줘라이는 “일당독재를 유지한다면, 시진핑은 정치적으로 실패할 것”이라면서 “중공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바꿔낼 수 있다면, 시진핑은 역사적 위인이 될 것이다. 반드시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시진핑은 현재 내부투쟁에 한창이다. 아직 사법부 부패나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현재 이상을 펼쳐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가 전통사회로 회귀할 것인지, 새로운 문명사회로 나갈 것인지는 정적을 모두 처리한 이후 행보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우뤄라이는 같은 중화민족인 대만의 민주주의 경험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만은 민주 헌정을 통해 중화문명의 다양한 문화를 전승하면서도 정치체제에서는 국제사회의 기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중국 역시 중화문명을 계승하면서 세계보편적인 문명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탕칭(唐青) 기자, 친웨(秦越) 특파원 china@epochtimes.co.kr

<저작권자 © 대기원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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