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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민담] 빚은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기사승인 2017.06.15  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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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17세기,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넘어가던 무렵의 이야기다.

옛날,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한 마을에 ‘첸’이라는 유복한 지주가 있었다. 그의 집 가까이에 ‘리’라는 농민이 살고 있었다. 리는 첸의 집에 일이 있을 때마다 곧잘 도와주었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 서로를 믿었고, 나중엔 가족끼리도 허물없이 잘 지냈다.

1년 후, 첸은 일 때문에 가족을 데리고 남쪽으로 떠나게 돼 몇 달간 집을 비워야 했다. 첸은 리에게 부탁할 게 있어 출발 전에 그를 불렀다.

"리, 부탁할 일이 있어.". 첸이 본론을 꺼냈다. "사실 우리 집에 고급술을 넣은 통이 30개쯤 있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자네가 좀 보관해 줄 수 있겠나?"

"그럼요, 당연히 해야죠." 리는 흔쾌히 승낙했다. "모든 술통을 잘 보관할게요. 안심하고 잘 다녀오세요."

첸은 리의 말에 안도하며 곧바로 리의 집으로 술통 30개를 실어 보냈다. 리는 그것을 창고에 넣고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유혹

두 달이 지났지만, 첸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어느 날 리는 창고에 있는 술이 궁금해 술통에 다가가서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런데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상하네. 아무리 뚜껑을 닫았다 해도 약간의 냄새는 날 텐데" 리는 통을 흔들어 보았지만, 액체 같지 않았다. 그는 호기심이 동해 뚜껑을 열어 봤다. 그런데 나무통 안에는 술 대신 빛나는 은전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그는 통을 죄다 열어 봤다. 안에는 거짓말처럼 은화가 가득했다. 모두 3,000냥이었다. 그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은화를 몇 개 집어 들고 바로 시장을 향했다. 그는 고급술을 대량으로 사서 통에 넣었다. 모든 통에 술을 붓고는 다시 봉해 창고에 보관했고, 은화는 다른 방에 깊숙이 감춰뒀다.

몇 달 후, 첸이 여행에서 돌아왔다. 리는 아무 일 없는 듯이 통을 모두 첸에게 돌려보냈다. 첸이 통을 열어 보니 은화 대신 술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평생을 고생해 모은 은화를 몽땅 리에게 빼앗겨버린 것이다.

첸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머리를 쥐어짰지만, 은화를 되찾을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리에게 말해도 잡아뗄 게 분명했다. 첸은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상심하다 결국 반년 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첸이 죽자 리는 마음이 설렜다. "이제 첸도 죽었으니 빼앗은 은화를 당당하게 써야겠다. 이제 나는 소작인이 아니고 지주야". 리는 당장 땅을 사서 훌륭한 집을 짓고 여러 명의 애첩을 얻어 호의호식하며 살았다.
 

경고

몇 년 후, 리는 계속 아들을 원했지만, 아내가 자식을 못 낳아 후사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 애첩이 임신을 하게 됐다. 그는 진심으로 기뻤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날 밤, 리는 신기한 꿈을 꿨다. 문이 열리고 죽은 첸이 들어온 것이다. 첸은 어깨에 큰 포대를 둘러메고 리를 쏘아보며 말했다. "빚 받으러 왔다!" 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깼다.

그 때 하녀가 급히 리에게 달려와서 ‘아들’이라고 말했다. 리의 악몽과는 달리, 사내애는 통통하고 건강했다. 그는 갓 태어난 아들에게 재앙이 덮치지나 않을까 속을 태웠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들은 똑똑하고 씩씩하게 자라났고, 또 부모에게 순종했다. 리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아낌없이 재산을 쓰고 최고의 가정교사를 붙여주었다. 그 뒤 리는 점차 첸의 악몽을 잊어갔다.
 

청산

리의 아들은 별일 없이 잘 자랐고, 마침내 과거에 합격해서 벼슬길에 올랐다. 리의 집에서는 큰 잔치가 열렸다. 잔치에 참석한 한 손님이 말했다. "리, 지금은 벼슬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야. 아들을 위해 돈을 좀 쓰지."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손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리는 아들을 위해 고관들에게 은화를 보냈다. 오래지 않아 아들의 직위가 7급에서 4급으로 뛰어올랐다. 리는 환호했다.

리의 아들은 권력 있는 세도가의 여식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또 돈을 들여야 하지만 리는 아깝지 않았다. 어느 날 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잠시 행복에 잠겼다. ‘아들의 장래는 밝고 이제 고운 며느리도 들어올 거야.’ 모든 것에 만족한 리는 문득 잠이 들었다. 꿈속에 첸이 나타났다.

"시간이 꽤나 흘렀구먼.". 첸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야 너에게서 빚을 거두게 됐구나. 약간의 이자도 붙였지."

첸은 어깨에 멘 포대를 내렸다. 리가 보니 그 안에 은화가 가득 차 있었다. "빚은 청산됐어. 이것으로 너를 방면하겠다."

리가 화들짝 놀라 깨어나자 하인이 다급하게 방문을 두드렸다. "주인님, 아드님이 아픕니다." 당황한 리가 아들 방으로 급히 달려갔으나 아들은 이미 죽어 있었다.

리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첸이 자신의 아들로 태어나 더없이 소중하게 자라면서 은화를 본래대로 되돌린 것이다. 리가 아들 때문에 쓴 돈이 3000냥인데, 첸으로부터 빼앗은 금액과 딱 들어맞았다.

리는 모든 것을 잃고 살아갈 기력도 없어졌다. 거리를 배회하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하늘의 법도를 어기면 나중에 응보가 기다린다오.” 리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이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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