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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신중론 "쉽게 결정할 문제 아니다"

기사승인 2017.06.21  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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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현장, 오른쪽은 신고리원전 3·4호기 건설 현장(사진=NEWSIS)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시대’ 선언과 함께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건설 중인 원전 신고리 5·6호기의 명운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脫) 원전 시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원전 수명 연장 금지를 공약한 만큼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가동 중단을 계기로 핵심 공약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백지화’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과 환경단체가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다 원전을 관리하는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며 꼬리를 내린 상황이어서 건설 중단은 시간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5년만인 지난해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고, 일본 정부가 피해복구에 총 2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져 탈원전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12일 경주를 강타한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로 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관측되면서 탈원전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경주 일대가 지반이 불안정한 양산단층에 속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단층에 인접한 고리 일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기장군에는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등 원전 6기가 운영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도 신고리 원전 3·4호기가 내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고 5·6호기는 건립 절차를 밟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발전 용량이 각 1400메가와트(MW)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한 지역에 원전 10기가 건설될 경우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곳이 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해 “여러 원전이 있지만 동시에 공유하는 설비는 없고, 호기별로 사고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문제가 없다”며 한수원이 제출한 건설허가안을 심사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핵발전소 긴급 피난지역인 고리원전 반경 30㎞ 안에 위치한 부산시는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조치를 크게 반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 “고리 일원에 밀집해 있는 원전 위험성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은 다행”이라며 “그동안 원전의 경제성 등으로 전력 수급에 큰 역할을 해 온 만큼 원전이 아닌 대체에너지로 전력을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는 쉽사리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한수원이 밝힌 신고리 5·6호기의 공정률은 5월 말 기준 28.8%이다. 설계가 79%, 기자재 구매가 53% 등 1조 5000억 원이 투입됐다.

대부분 공사 준비단계이고 토목공사를 하는 중이라서 공사기간에 비해 실제 시공은 공정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에너지 시책 틀을 바꾸는 것인 만큼 꼼꼼하게 따져 결정돼야 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장기적인 전력 수급계획에 맞춰 추진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투입된 막대한 사업비와 공사중단 조치에 따른 매몰비용이 1조 원에서 2조 5000억 원까지 드는 것도 큰 부담이다. 또 시공사와의 계약 파기로 법적 문제가 불거지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충격파가 확대될 전망이다.

원전을 대체할 만한 청정에너지의 가성비와 생산기술이 아직 미약해 에너지 수급 정책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등 원자력학계는 국내 전기료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과 미세먼지·온실가스 걱정이 없다는 점, 안전성을 실증한 오랜 가동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원전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또 국내 원전은 지진에 강하게 설계됐고,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와 처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급물살을 타던 신규원전 백지화 계획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 합동보고에서 신고리 5·6호기는 전체 원전 안정성 등을 깊이 있게 논의·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도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비용, 보상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탈원전을 둘러싸고 전력 수급과 전기료를 걱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쏟아부은 투자비용과 막대한 매몰비용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순서를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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