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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왜 렁춘잉을 비행기에서 내쫒았나?

기사승인 2017.07.12  13: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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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을 태운 전용기가 홍콩에 도착한 지난 6월 29일 오전 12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공항에는 홍콩 행정장관 렁춘잉(梁振英) 부부와 그 후임 캐리 람(林鄭月娥)이 마중 나와 있었다. 특히 렁춘잉 부부는 시진핑을 영접하기 위해 먼저 기내에 탑승했으나 40초 만에 하차해, 그 이유를 두고 여러 언론들이 각종 추측을 쏟아냈다. (Keith Tsuji/Getty Images)

시진핑을 태운 전용기가 홍콩에 도착한 지난 6월 29일 오전 12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공항에는 홍콩 행정장관 렁춘잉(梁振英) 부부와 그 후임 캐리 람(林鄭月娥)이 마중 나와 있었다. 특히 렁춘잉 부부는 시진핑을 영접하기 위해 먼저 기내에 탑승했으나 40초 만에 하차해, 그 이유를 두고 여러 언론들이 각종 추측을 쏟아냈다.

국가 원수의 홍콩 방문 시 행정장관이 공항에서 영접한 예는 있었지만 이날과 같은 장면을 보였던 경우는 없었다. 홍콩 행정장관을 두 차례나 지냈던 둥젠화(董建華)나 도널드 창(曾蔭權) 모두 원수의 뒤를 따라 함께 하차했다. 또 지금은 전 주석인 후진타오(胡錦濤)가 2007년과 2012년 홍콩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전임 행정장관이 먼저 탑승, 영접했으며 주석이 뒤따라 전용기에서 내렸다.

관례가 원래 이렇다면 렁춘잉이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먼저 보였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이 점에 주목한 홍콩 언론들은 허안다(何安達) 전임 홍콩 행정장관의 미디어 총괄자를 인터뷰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항공기에 탑승하라고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렁춘잉)가 그랬다면, 예의에 어긋난 행동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언론의 추측성 기사, ‘렁춘잉, 전용기에서 쫓겨났다?’와 같은 헤드라인은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 렁춘잉이 이날 보인 행동은 관례를 따랐을 뿐 예의와는 크게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40초 만에 ‘쫓겨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명백히 심상치 않은 징조이며,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일도 아닌 것이다.

당내 최고위층 지도자가 중요한 공개 석상에서 이 같은 장면을 즉흥적으로 연출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우연히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정치적 사건일수록 더욱 중대한 법이며 반드시 필연성이 내재돼 있다. 예를 들어 왕리쥔(王立軍)이 2012년 2월 6일 미국 영사관으로 탈출한 사건은 그저 우연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 일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 간 벌어진 권력투쟁이 가시화된 시발점이었다. 만약 왕리쥔 사건이 없었다면 당내 고위층의 분열과 도박은 아마 다른 방식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렁춘잉이 전용기에서 쫓겨난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이 장면은 외부에 두 가지 신호를 전달하려는 시 주석의 의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자신이, 20년간 홍콩을 장악해 왔던 장쩌민·쩡칭훙(曾慶紅)과 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그들의 계보로 분류되는 렁춘잉을 포용할 뜻이 없음을 알린 점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장관이 전용기에서 원수를 영접하는 관례를 깨는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장쩌민파의 홍콩 장악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홍콩 정치가 변화에 직면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 주석은 어째서 이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던 것인가? 왜 자신의 입장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인가? 잇따른 공개 활동과 일련의 연설에서 시 주석은 렁춘잉 행정장관에 대해 “지난 5년간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 이·취임식장에서 시진핑의 이 말을 또 한 번 듣게 됐다. 그의 불일치한 언행은 외부, 특히 홍콩 시민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공산당의 당(黨)문화는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들만큼 기형적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북한 같은 소수의 국가를 제외하면 모든 국가는 정상적인 언어 시스템을 갖춰 소통·교류·사회활동에 힘쓰고 있다. 해당 언어를 모르더라도 통역만 거치면 의미 전달 및 이해에 있어서 아무런 장애가 없다. 그러나 공산당 내 당문화는 고유의, 특이한 언어체계를 형성시켜왔다. 당에서 채택한 결의보고서와 관료들의 발언마다 상투적인 문구가 허다하며 쓸모없는 말들이 넘쳐난다. 또 각각의 어휘에 서로 다른 뜻이 숨어 있어, 말이 말을 낳는 형국이 조성됐다. 당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정상적인 사회에 소속된 사람들에게는 중공의 이 ‘언어체계’는 이해하기 힘들다. 문제는, 중국 언론과 서적에서만 나타나던 이 체계가 중공이 수십 년간 노력한 끝에 사회 전반에까지 침투됐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 상황과 당문화를 고려했을 때 “렁춘잉 행정장관의 지난 5년간 업적을 충분히 인정하고” 같은 시 주석의 공개 발언은 전혀 문제될 이유가 없다. 중국 공산당 체제가 지속적으로 운영 및 제한하는 한, 특유의 언어체계와 선전방식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많은 홍콩인들을 포함해 외부에서는 이 부분에 큰 의문을 표시해왔다. 반면 홍콩 사회에 주목하고 있는 한 중국인은 이를 역으로 꼬집었다. “공산당 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홍콩인들은 지도자의 표면적 행동과 발언을 통해서만 정국을 파악한다. 그래서 현재 집단 권력의 대표자인 ‘핵심’으로 자리 잡은 시 주석이 홍콩의 모든 난국을 책임져야 한다고 여긴다.”

이러한 갈등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중공이 수십 년 간 진행해 온 고압 통치와 폐쇄적인 사상 주입에 있다. 이는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습관을 변화시켰고 언어체계까지 바꿔버린 것이다. 또한 공산당 내부와 홍보 시스템에도 당문화의 언어체계, 즉 ‘당의 말(黨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실, 당내 정치 생태가 이렇게 바뀐 데에는 장쩌민의 책임이 크다. 그는 집권기 뿐 아니라 배후에서 수십 년 동안 정치에 간섭하면서 부패 정치를 일삼았다. 부패 관료를 대거 발탁했으며, 파룬궁(法輪功)에 대한 탄압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후진타오-원자바오(溫家寶)를 10년 임기 내내 허수아비로 세워놓았다.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도 실권을 빼앗거나 심지어 대체하려고 시도해왔다.

과거 홍콩, 특히 렁춘잉 집권 하에 최근 5년을 보낸 홍콩은 장쩌민 집단의 수중에 있었다. 중앙 홍콩마카오공작협조소조(港澳工作協調小組) 조장 자리에서 홍콩의 사무를 주관해 온 장쩌민 일파 장더장(張德江)은 겉으로 드러난 일부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쩡칭훙이 있었다. 그는 홍콩을 다년간 장악하면서 국가안전부 계통을 이용해 홍콩의 정치, 경제 등 각계에 자신한테 충성하는 인물과 특무들로 채워 넣었다. 이번 시진핑의 방문에서 드러났다시피 현재 시진핑은 홍콩을 통제하는 것은 고사하고 신변의 안전조차 위협받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공개한, 시 주석의 홍콩 활동 영상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가 나타나는 모든 장소마다 경호원들이 겹겹이 배치됐다. 경호원들 역시 눈앞에 적을 둔 것처럼 긴장한 모습이었다. 장쩌민 일파의 암살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처였다는 소문이 결코 거짓은 아니었다.

현재 장쩌민파 장더장이 상무위원으로 권좌에 앉아 있기 때문에 홍콩의 쩡칭훙 세력은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 따라서 시진핑은 홍콩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 홍콩-마카오 책임 부처뿐만 아니라 당·정·군·지방 등 각계의 인재들을 조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관료 대부분이 장쩌민 집권기에 선발됐으며 손에 피를 묻히며 자리를 차지한 일부 관료들은 여전히 장쩌민 편에 서서 시진핑에게 대항할 태세이다. 반면 시진핑을 진정으로 따르며 그의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들은 많지 않다. 시진핑이 집권한 뒤에도 장쩌민파 휘하의 인물, 푸정화(傅政華), 리훙중(李鴻忠) 등을 계속 기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반적인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시 주석은 홍콩 문제를 두고도 비슷한 곤경에 빠졌다. 장쩌민 집단의 일원인 장더장, 류윈산(劉雲山) 및 렁춘잉이 2014년 홍콩에서 ‘우산혁명’을 유발시켰을 때에도 시진핑은 군대를 동원하지 않겠다는 마지노선을 간신히 지켜낸 바 있었다. 올해 홍콩 행정장관 선거 과정에서 시 주석의 마지노선은 그저 ‘렁춘잉의 연임에 대한 결사반대’였을 뿐 다른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조차 시진핑이 장더장과 같이 홍콩의 구체적 사무에 관여하거나 개입한 정황은 없었다. 물론 이는 중국 공산당의 체계적 요소로 인해 제약을 받은 측면이 없지 않다.

위와 같은 상황을 이해한다면 얼마 전에 벌어진 사건의 의미도 유추할 수 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 몇 개월 전, 홍콩 ‘성보(成報)’지가 돌연 한장셰(漢江泄)의 서명 사설과 글을 연속 게재하며 장더장, 장샤오밍(張曉明), 렁춘잉 등의 스캔들을 보도했다. 이는 렁춘잉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일부 홍콩인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끝난 뒤 ‘성보’지는 후속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시진핑 진영에서 비공식 홍콩 언론을 통해 홍콩과 외부에 중공 고위층의 진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민심을 테스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장더장 등의 스캔들을 폭로하면서 각계의 반응과 동태를 살피고 향후 홍콩에서 장쩌민 일파를 몰아낼 준비를 하기 위함이다.

렁춘잉이 시진핑에 의해 전용기에서 쫓겨난 사건은 렁춘잉의 비극적 미래를 뚜렷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렁춘잉은 청산될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제19차 당대회에서 렁춘잉의 배후인 장더장이 하야하면, 시진핑 진영의 인물이 홍콩을 접수할 것이며 렁춘잉에 대한 스캔들은 속속 폭로될 것이다.

 

샤샤오창(夏小強·대기원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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