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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하나 되는 세상' 꿈꾼 영원한 영화인(1)

기사승인 2017.10.11  15: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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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시사 IN'에서 캡쳐

추석 연휴로 평년보다 늦게 열리는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을 앞두고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겸 부집행위원장의 뜻을 기리는 활동도 두드러진다. 올해 5월에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갔던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영화계 인사와 영화팬들에게는 충격적인 비보였다. 

전 세계 영화인들 축제의 장에서 갑자기 눈을 감은 그를 두고 칸국제영화제는 “우리는 칸국제영화제의 가장 소중한 멤버 중 한 명을 잃었다”며 전 세계 기자들에게 비통함을 전했다. 5월 22일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는 600여 명의 국내외 영화인들이 검은 리본을 달고 묵념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애도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창설멤버인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20여 년간 BIFF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부산에서 영화 평론 활동을 하던 고인은 당시 이용관 중앙대 교수, 전양준 영화평론가 등과 손을 잡고 영화제 창설을 기획했다. 이후 영화인의 신망을 받던 김동호 전 문화부 차관을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해 함께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취지와 지원을 요청했고, 1996년 부산시의 재정을 이끌어 내며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당시 국제영화제를 서울도 아닌 부산에서 만든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기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1년에는 해운대구에 ‘영화의 전당’을 설립함으로써 아시아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영화제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 쪽에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하기까지 2007년부터 수석프로그래머를 맡아온 고인의 숨은 노력이 컸다고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역사를 지닌 칸, 베를린을 비롯해 당시 아시아를 이끌던 홍콩영화제, 도쿄영화제와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변방이었던 아시아영화에 주목하고 아시아 영화인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고 김 프로그래머는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우수한 아시아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동시에 해외에 알리는 데 집중했다. 당시 아시아에서도 영화계의 아웃 사이드였던 태국, 인도네시아, 네팔, 부탄, 우즈베키스탄 등, 미지의 아시아 영화와 미래의 아시아 영화 거장들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열정의 결실이었다.

2010년 ‘엉클 분미’로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의 아피차퐁 위라세타쿨 감독, 필리핀의 브릴얀테 멘도사 감독 등이 그를 통해 발굴되었을 만큼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로 통하는 플랫폼이 됐다. 고인은 또, 2002년에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영화의 대부가 된 시디그 바르막을 발굴했다. 2012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모스토파 파루키의 ‘텔레비전’을 선정해 방글라데시영화계에 뉴웨이브의 물결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산영화제의 보이지 않는 기둥이자 아시아 영화인들의 가장 소중한 지원자였다.

 2014년 ‘다이빙 벨’ 상영외압으로 시작된 BIFF 사태는 영화제 관계자들은 물론 영화인 모두에게 고통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탄생에 함께 했던 멤버들이 불명예스럽게 떠나고 홀로 남겨진 고인은 영화제를 정상화해야 하는 책임을 마다하지 않았다.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쟁취했어도 실질적인 강화를 위해 그는 결국 부집행위원장 자리를 맡게 됐다.

이후 최근까지 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혼신을 다한 그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최상윤 전부산예총회장은 “부산영화제를 키워 온 숨은 인재를 잃은 것은 너무도 안타깝다”며 57세로 작고한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던 영화인들의 목소리도 많다. 당시 고인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에서 오석근 감독은 “무관심은 관심으로, 관심은 놀라움으로, 놀라움은 부러움으로, 부러움은 시기와 질투로 드러난 부산국제영화제의 21년 전 과정을 온몸으로 감당한 그 친구의 화두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그것은 자유였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또, “아시아 영화계가 정치, 종교, 경제적인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상황 속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성취한 표현의 자유는 아시아 어느 영화제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숨 막히는 중압감과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 속에서도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목표는 단 하나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며 회고한 그는 “영화를 통해 아시아가 하나로 되는 영화세상을 꿈꿨던 친구의 꿈을 이제 우리가 이어가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신설한 ‘지석상(Kim Jiseok Award)’은 부산국제영화제 창설멤버인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겸 부집행위원장의 뜻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고인과 각별한 관계였던 영국의 영화평론가 토니레인즈, 미국의 영화평론가 달시파, 인도네시아의 감독 가린 누그로호 등이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됐다.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신작 및 화제작 소개 섹션인 '아시아의 창' 초청작 중 월드프리미어 상영 작품 10편 중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총 2편을 선정해 각 1천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영화를 통해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세상'을 실현하려 했던 영화인 고 김지석의 삶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실현되길 희망해 본다.

공영자 기자

<저작권자 © 대기원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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