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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사회’를 구현하는 물결, ‘마이스터 운동’

기사승인 2018.01.16  15: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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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마이스터 대전에 참가하고 있는 학생들

수능이 끝나고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진로 탐색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대학을 들어갔다 하더라도 졸업 후 원하는 직장을 가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는 실력보다는 학력을 중시하고, 기능직을 천대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심화되면서, 대학진학률은 70%로 OECD 최고 수준인데도 청년실업자는 늘어나는 반면 중소 제조업체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병폐가 고질화돼 결국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청년의 1/4이 사실상 실업상태이고 상당수가 고학력 청년실업자라는 한 통계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부족 인력을 메우고 있는데, 그 수가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이미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추정치가 있을 정도로 많다. 청년 실업자는 해마다 급증하는데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 있다. 실력보다는 학력을 따지는 풍토와 무조건 대학만을 선호하는 우리의 인식을 버리고 개인의 취향이나 능력에 따라서 기능인의 길을 선택하는 독일의 마이스터 정신을 본받자는 ‘마이스터 운동’,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바로 (사)한국마이스터 정책연구원(kmeister.or.kr)이다.

2017 마이스터 대전에 참가하고 있는 학생들

‘마이스터 운동’은 기능인 우대 분위기 조성을 통해서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 고학력 인플레이션 등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서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민간 차원의 국민의식 개혁운동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체면과 학벌을 중시하는 국민의식과 제도적 뒷받침 부족 등으로 전국민적운동으로 발전하기까지는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많이 남아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이 운동이 정착되면 기대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클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효과는 기능인이 우대되고 기술이 중시되는 풍토가 조성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특성화고 선호도가 높아지고, 고학력 인플레이션이 해소되며, 현장 기능직 기피현상이 완화돼 중소기업체 인력난이 해소될 것이다. 이는 청년 실업률을 감소시키고 기능 및 기초과학 수준을 향상시켜 결국 국가경쟁력도 높이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 이 운동의 중심역할을 하는 마이스터 운영위원들은 대부분 경쟁력 뛰어난 강소기업의 대표나 명장들이다. 예를 들면 (사)한국마이스터 정책연구원의 장일성 이사장은 (주)동양전자초자의 대표이사이고, 김용우 위원장은 (주)국제단조의 회장이며 대구지회 변상독 지회장, 동부지회 윤희수 위원장, 중부지회 서헌교 지회장은 강소기업 대표이사이며, 명장으로는 연 매출 695억의 주광정밀의 대표 윤재호 금형명장, 세계에 분점을 넓혀가는 한상백 제빵명장, ‘신의 그릇‘의 저자 신한균 사기명장 등등 많이 명장들이 활동 중이다.

이 운동의 중심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이 또 있다. 이 운동이 태동할 때부터 참여해서 지난 11월 구미에서 개최한 ‘제9회 마이스터 대전’을 치르기까지 운영 및 기획 전반을 도맡아 혼신의 힘을 다 쏟고 있는 대구MBC 이창선 국장이 바로 그다.

‘제9회 마이스터 대전’에서 만난 이 대회 주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운동의 성격과 추진 과정, 앞으로의 방향 등을 알아본다.

먼저 이희세 대구지회 사무총장의 말이다.

“이 운동이 시작된 지는 10년이 넘었고, 2010년부터 학계, 기업인, 언론인 등 각계의 인사들이 모여 교육과학기술부는 (사)한국마이스터 정책연구원을 허가했으며 경북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철광 구미지회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본다.

“저희는 순수한 봉사단체이고, 매월 모임에서 모니터링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논하며 발전을 모색합니다. 앞으로는 초등학교부터 시행할 계획이고 명장들이 학교에 방문해 마이스터 소개와 교육도 할 것입니다.”

그 외 많은 관계자를 통해 마이스터 운동의 전반을 듣고 또 이번 대회장에서 눈으로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고 느낀 점도 많다. 한마디로 이 운동은 우리 경제 규모나 세계적인 기술 흐름의 추세로 볼 때 늦은 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라도 이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자체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 사회적 관심도나 정부의 지원,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참여도가 낮은 현실을 어떻게 하루속히 타파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선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마이스터 운동에 대한 인식 전환의 문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다. 그 핵심은 ‘기술자 우대 문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왔고 이제 마이스터 운동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발판으로 ‘기술자 우대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아래에 마이스터가 추진하는 이 운동의 성공을 바라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단편적이나마 처방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물론 사회 일각의 단견일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기능인 우대 문화 정착, 무엇이 문제인가?

2017 마이스터 대전에서 작품설명을 하고 있는 학생들
2017 마이스터 대전에서 작품설명을 하고 있는 학생들

기능인 우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보다 먼저 고민하고 비교적 성공적인 해결책을 찾은 독일이나 일본, 이태리, 스위스 등의 사례를 원용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우리 실정에 맞는 우리 방식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제시하고자 하는 모델은 두 가지를 함께 수용하는 형태다. 먼저 ‘기능인 우대 문화의 정착’이란 명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접근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식론)를, 그 다음은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방법론)을 살펴보기로 한다. 지면 관계로 여기서는 큰 졸가리만 다루기로 한다.

먼저 인식론 정립에 관한 논의이다.

이 문제는 결국 ‘기능인 우대 문화’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하는 원초적인 물음을 충족시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기능인 우대’의 초점은 ‘사람’이 아니라 ‘기술’ 자체이며, 그 ‘기술’은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로 인정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그러면 ‘기능인 우대 문화’는 사회적 자산인 기술을 진흥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내지는 인식 공유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문화의 필요성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실력 사회’를 구현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능인 우대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기술 자산의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이다. 한마디로 ‘기능인의 기술은 사회적 자산’이란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기능인 우대 문화’를 정착시키는 첫걸음이자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제가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면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사회적 합의로 도출될 수 있다. 그것은 당연히 기술 자산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게 할 것인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이 공유되면 여러 난제들이 풀리게 된다. 이 운동이 단순한 청년 실업 해결이나 기능인 복지 차원을 넘어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한 ‘사회 참여’ 활동의 성격을 띠게 되고, 그러면 그에 따른 동기부여가 확실해짐으로써 하위 개념의 문제들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취업이나 대우보다는 ‘사회 참여’에 대한 의미가 보상의 중심이 될 수 있고, 기업이나 단체 입장에서도 공익 차원으로 참여 의미가 확대됨으로써 보다 적극적일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어떻게 도출해내고, 그것을 ‘문화’로 정착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자의 단견이지만 마이스터 운동의 1단계는 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아래에 몇 가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면서 근원적 해결책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제시하는 방안의 골자는 기능인의 축적된 기술이 기업과 사회에 원활히 환원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즉, 기능인의 기술을 취업이나 창업을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실효성 있게 전수하고, 그렇게 기술을 전수받은 기능인이 제대로 대우를 받고 취업하고, 그렇게 취업한 기능인이 축적된 기술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일련의 선순환 구조를 시스템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능인이 우대받고,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청년 실업 문제도 해소되는 실효를 거둘 수 있게 되면, 마이스터 운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능인 우대 문화’가 뿌리내리게 될 것이다.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마이스터 운영위원들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마이스터 운영위원들

첫째 제안은,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배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이다. 이는 일종의 ‘기술 배양 인큐베이터’ 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운영 유형은 ‘사관학교’ 형태일 수도 있고 독일의 ‘도제 학교’ 형태일 수도 있고, 그 외 다양한 형태일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단순 취업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직업훈련원과는 성격이 달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운 기능은 산업현장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한다. ‘학교 기술 따로 현장 기술 따로’인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산학이 연계해서 이 문제에 대처하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여태 겉돈 것이 사실이다. 결과가 말해주듯, 산학(産學)이 괴리된 이러한 기술 배양 방식으로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현장 교육을 거쳐야 한다면 굳이 임금이 비싼 내국인보다는 값싼 외국 인력을 쓰는 게 경제적이고, 취업을 할 젊은이 입장에서는 능력이 저평가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 한마디로 기업에 실제로 필요한 기술 인력을 배양하고, 그렇게 배양된 기능인이 제대로 대우를 받고 취업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이 방안의 본질이다.

이 ‘기술 배양 인큐베이터’는 국가 관련 기관, 산업계, 기업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 현장의 숙련된 기능인이 교수로 참여해서 기술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를 대상으로 살아있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전문 기관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교수는 현역 기능인 외에도 퇴직 기능인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도제 방식일 경우 ‘명장’, ‘명인’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방안의 성공의 열쇠는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살아있는 기술’을 배양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이 운영 주체가 되어 기술 전수, 실습, 체험, 인턴 과정, 취업 등 일련의 과정이 철저히 ‘기업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운용방식은 다양하게 검토할 수 있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사전에 주문하여 맞춤식으로 배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기업에서 취업 희망자를 뽑아 위탁 교육을 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제안은, 퇴직 후 다시 근무 현장에 투입돼 축적된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이 정착되면 기능인의 경제 활동 수명이 연장되고, 그럼으로써 기능인의 위상이 올라가게 되는 효과가 크다.

이 방안은 이미 일본의 산업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오랜 세월 한 직종에서 기술을 축적한 기술자가 퇴직을 하면 그 퇴직 기술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끌었던 팀에 다시 복귀하여 팀을 보좌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상이다.

이 방안은 장점이 많다. 먼저 앞서 축적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살아서 전수된다는 점이다. 현대 산업의 특성상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므로 현장을 떠난 기술은 그 흐름을 놓치고 곧 낡은 기술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앞서 축적된 기술이 현장에 투입되어 새로운 기술과 접목돼 경쟁력 있는 기술로 발전하는 것은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뛰어난 이점이 있다. 퇴직 기능인 입장에서는 친숙한 근무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에 재직 때보다 낮은 보수에도 만족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기능인을 비용 부담 없이 확보할 수 있고, 팀원 입장에서도 호흡을 맞춰 일을 해온 관계이기에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방안이 정착하려면 앞서 논의했던 사회적 인식 공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가능한 측면이 있다. 심지어 사장 등 임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퇴직 후 현장에 재투입될 경우 전관예우에 해당하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질서에 철저히 따르면서 새로 부과된 임무에 충실히 임한다. 이를테면 자신이 재직 시 거느렸던 부하직원 아래서 그의 리더십에 성실히 따른다.

셋째 제안은, 기능인으로 기술 자문단을 구축해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산업 현장에서 자체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전문 기술진에 의뢰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기능인의 사회 참여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넷째 제안은, 기능인 중심의 기술 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오랜 현장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의 제반 문제를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일종의 연구기관이다. 연구원들은 관련 연구보고서 및 리포트 또는 저술, 강연 활동을 통해 기술을 환원할 수 있고, 이런 활동을 통해 기능인의 위상도 높이게 될 것이다.

이상에서, 마이스터 운동의 방향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을 개진했다. 물론 여기서는 전문적인 연구에 앞서 논의를 활발히 이끌어낼 목적으로, 그리고 사회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목적으로 제시한 하나의 단견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 부분 전문적인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무튼 마이스터 운동이 하루빨리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한상섭 신임 이사장(대구 경상병원 이사장)의 부임을 축하하며, 앞으로 힘찬 리더십으로 이 활동을 잘 이끌어주실 것을 기대한다.

최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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