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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춘몽

기사승인 2018.03.17  19: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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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SIS

춘몽

저 햇빛 내게 와
행간(行間)에 퍼지면
책 읽기 좋으렷다

그 빛이 아롱거려
책장을 가리면
졸기 또한 좋으렷다

책 떨어지고
고개 기울면
봄꽃이 보이렷다

나비가 팔랑팔랑
나도야 나풀나풀

봄입니다. 책 읽기도 좋고, 책 읽다 졸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어릴 적에 한문 공부를 할 때 어쩌다 깜빡 졸면 훈장님이 회초리로 방바닥을 내리치며 호통을 치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서인지 봄날 책 펴 들면 곧잘 좁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그때는 졸다 책을 떨어뜨리면 매가 떨어졌는데, 지금은 책 떨어지고 침까지 떨어져도 꾸짖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잠을 자면 꿈 꾸기 마련이죠. 그래서 그런지 봄꿈 이야기가 많습니다. 인생도 영화도 모두 덧없음을 이르는 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단지몽(邯鄲之夢), 남가일몽(南柯一夢) 등 여러 성어가 있습니다. 또 봄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호접몽(胡蝶夢) 이야기입니다. 장자(莊子)가 꽃 피는 어느 봄날 꿈을 꾸었는데, 깨고 보니 꿈에 자신이 나비였다면서 ‘인간인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인간인 나로 변한 것일까’ 하는 물음을 던진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봄꿈 확 깨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성인은 욕망이 없고 번민이 없어 꿈을 꾸지 않는다((聖人無夢)’고 합니다. 역시 장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최근 세상을 흔들고 있는 ‘미투 운동’과 맞물려 이 성어가 새롭게 와닿습니다. 우리는 지금 추악한 욕망, 헛된 꿈이 부른 화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나동그라진 인사들은 지금 번민도 많고 악몽도 많이 꾸겠지요. 그 와중에도 변명이랍시고 ‘몽중몽설(夢中夢說, 꿈속에서 꿈 이야기를 함)’을 하듯 종잡을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사람은 또 누구랍니까. 그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다 봄꿈이 달아날까봐 걱정입니다.

홍성혁 고문

<저작권자 © 대기원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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