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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복사꽃 순정

기사승인 2018.04.16  09: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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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재권


    복사꽃 순정

    한갓진 호수 끼고
    산코숭이 돌아서면
    와락 안겨 드는
    뜨거운 불꽃  

    숫진 처녀 마음
    가지마다 내려앉아  
    신열 가득한 
    봄바람에 불타고

    타다 타다 남은 순정
    서러울세라
    달빛 은파에 아롱져
    밤마다 다시 사른다

 

매화, 벚꽃, 개나리가 지고 난 들녘은 이제 복사꽃 차지가 되었습니다. 지금 중부지방까지 북상하면서 한창 상춘객을 불러 모아 연분홍 자태를 뽐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복사꽃의 이미지는 도연명과 이태백이 ‘무릉도원’이란 이상향으로 확 굳혀 놓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염하리만치 화사함에도 외려 순박해 보입니다. 아무튼 복사꽃은 모란, 매화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꽃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다는 뜻이겠지요.

이제 곧 곡우입니다. 복사꽃이 지면 송홧가루 날리고, 그러면 무논에 물 대고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됩니다. 옛사람들이 복사꽃을 보면서 무릉도원을 동경한 것도 일상의 팍팍한 삶을 위로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듯싶습니다. 뭐 지금이라고 다를 리 있겠습니까.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인 데다 북핵이다 뭐다 해서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이럴 때는 머리도 식힐 겸 한번쯤 도원경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별천지로 떠나기 전에 이태백이 노래한 ‘무릉도원 송(Song)’ 한 곡 감상하시지요. 제목은 “산중문답”입니다.

問余何意棲碧山(문여하의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무슨 생각으로 푸른 산중에 사느냐고 물으면 웃음으로 답하는 마음 저절로 한가롭네.
복사꽃 흩날려 흐르는 물에 아득히 떠내려가니 또 다른 세계 있어 인간세상 아니로세.”

홍성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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