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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전쟁...한국, 고래 싸움에 ‘새우등’?

기사승인 2018.11.16  0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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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초하는 '일대일로' 통해 본 중국 바로 알기

베이징에 있는 '일대일로' 정상회담 안내판. (GREG BAKER/AFP/Getty Images)

중화의 부흥을 예고하며 ‘양대 100년의 야심’을 실현하려는 차이나드림이 그야말로 ‘악몽’으로 끝나는 것일까. 세계 패권을 쥐려는 중국과 패권 확장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려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8개월째, 중국 경제 전체를 추락시키며 중국 공산당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미국의 거센 돌풍을 지켜보며 세계 각국은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세계 패권을 향한 시진핑의 최대 야심작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한국 정부도 지난해 가을 중국의 일대일로를 지지하며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시진핑은 올 9월에 일대일로 한반도 확장을 첫 공식화하면서 북미회담 결과 후 경제협력 공동체로서 남한·북한·중국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 놓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대일로가 중국의 ‘부채 함정’이라고 비난하며 이에 맞서 외국에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젝트 제공을 약속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해 한국에도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중 전쟁은 양국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한국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 총 수출액 5739억 달러 중 홍콩을 포함해 31.6%를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대응 전략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채무국 이탈로 흔들리는 中 일대일로

중국은 지난 9월 17일 발표한‘랴오닝 일대일로 종합실험구 건설 총체 방안’에서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을 관문으로 한반도와 중국 대륙을 연결한다’며 일대일로를 한반도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진핑이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공개한 이후, 단둥∼평양∼서울∼부산을 잇는 철도와 도로, 통신망을 연결함으로써 부산을 통해 태평양에 진출하려는 의도를 처음으로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아시아 각국에서 심각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일대일로가 한반도로 이어질 경우 일대일로 추진의 새로운 돌파구로, 한반도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또한 일대일로에 참여하면 남·북·중 경제 협력을 통해 한국과 북한, 중국 동북 지역의 경제협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일대일로 참여국 중 빚더미에 올라 사업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는 나라가 속출하고 있고, 심지어 채무국의 주권 침해를 우려해 일대일로 사업을 포기하는 국가마저 늘고 있다.

그중 일대일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파키스탄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프라 건설 자금의 80%(620억 달러)를 중국에서 조달했다가 외환위기 상태에 봉착했고, 현재 사업추진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중국에 대한 채무 상환이 불가능하다며 중국과 말레이시아 간에 진행되던 철도 및 파이프라인 등 대형 사업의 건설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8월 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AFP/Getty Images)

스리랑카도 2010년 중국에서 14억 달러를 차관해 함반토타항 개발에 나섰지만 적자에 허덕이다 항만지분의 85%와 99%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겼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총리 취임 후 과도한 부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이어지는 고속철(HSR) 사업을 취소했다.

라오스도 중국~라오스 간 철도 건설비용을 포함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인 67억 달러를 중국에서 차입했다가 현재 채무 불이행 위험 국가에 빠졌다. 몰디브도 일대일로 관련 국가 빚이 전체 GDP의 25%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키르기스스탄, 몽골, 타지키스탄과 동아프리카의 지부티, 유럽의 몬테네그로 등도 위험한 상황이다.

개도국과의 상호이익·공동 번영을 위한 평화협정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던 일대일로가 ‘부채 외교 덫’으로 비유되는 데는 사업의 경제성보다 정치·군사력 확장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스리랑카 함반토다항의 경우 하루 한 척 정도의 운영실적에도 7년간 방치해 두었다가 결국 스리랑카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걸 보면 수익성 창출이 목적이 아니란 게 분명하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 개도국을 상대로 경제적으로 무의미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재정적 압박을 빌미로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린 게 국제사회가 비난하는 주된 이유다.

한·중 기업, 공정한 게임 가능할까

일반적으로 부국강병을 꿈꾸는 중국의 전략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거라 별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개도국을 부채 외교로 옭아매 파탄에 이르게 하고,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는 스파이칩 사건 등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주요 기술과 지적 재산권 침탈, 미래경제 성장을 주도할 첨단기술 산업과 방위산업 분야 침탈 등 서슴없는 약탈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산당 체제 선전기구로 활용하는 공자학원에 공산당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현실과 일대일로 전략은 같은 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자유 경제를 표방한다고 해서 그 이념까지 자유민주화 된 것은 아니다. 공자학원 확산도 공산주의 이념으로 전 세계를 자신들의 통치하에 두려는 세계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21세기 초에 세계적으로 많은 전문가가 중국이 2020년 전후로 미국의 GDP 규모를 추월하리라 예측했다. IMF, 이코노미스트, 도이체 방크, 크레디트 스위스를 비롯해 가장 보수적인 JP 모건과 골드만삭스조차 2020년 이후에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가 주도형 사회자본주의 형태를 띤 중국은 다르다는 생각으로 중국 공산정권 수립 후 68년간 자유, 민주, 법치를 실행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본지는 2000년 초부터 중국 공산정권의 본질을 언급하며 무분별한 중국 경제 낙관론을 꾸준히 경고해 왔다. 사람과의 거래도 상대방의 상업적 윤리관을 파악하고 ‘신뢰’할 수 있을 때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듯이 국가와 국가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법치주의를 실현해 온 자유민주국가가 법률보다 공산당 강령을 우선해 온 공산당 체제 국가와 공정한 게임 규정을 지킨다는 신뢰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이는 2015년 시진핑 스스로 “중공은 이미 부패하고 변질돼 당과 나라를 망치는 위기에 접어들었다”며 부패 근절을 촉구한 데서도 68년간 지속해 온 공산 권력이 어느 정도로 변질돼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스리랑카 함반토다항은 99년 임대 기간으로 중국 자오상쥐(招商局) 항구공사에 임대했다.(LAKRUWAN WANNIARACHCHI/AFP/Getty Images)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전부터 이미 무분별한 중국 투자를 경계하라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들은 공통으로 중국 공산체제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건전한 법률제도가 수립되고 그 법률을 지키는 신용이 정립된 상태라야 정상적인 경제운영도 가능한데 법제보다 꽌시(關係·관계)가 우선인 중국에서 인건비만 고려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도 중국 투자에 무참히 실패한 사례가 너무도 많다. 이는 극도로 탐오 부패한 공산당 토양에서 자본주의 원리가 일반화될 수 없음을 말한다.

대만대학 경제학과 장칭시(張淸溪)교수도 2004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자 유입은 중국 경제가 융성 발전하는 외형을 유지하게 해도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헌법과 정치가 연결된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헌법과 정치체제를 개혁해야 진정한 경제체제 개혁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표면적인 고속성장 배후에는 제도상의 문제가 누적돼 스스로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리더의 거시적 안목, 한국의 미래 결정

10년 전까지 ‘차이메리카(Chimerica)’로 부르며 미국과 중국의 공동번영을 칭찬했던 세계인들이 현재의 미중전쟁을 두고 저마다의 셈법으로 계산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 협력 파트너로서 중국과 교역 비중을 확대해 온 한국 또한 미중 패권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10월 4일 펜스 부통령의 대중 연설은 향후 미국의 대중 강경정책이 정치·경제·군사·인권 문제 등 전 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을 예고했다. 중국이 GDP 성장률로 버티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계속적인 압박으로 중국내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중국 공산당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중남미 33개 국가와도 연계돼 있다. 에콰도르의 경우 2017년 총 공적 부채의 약 3분의 1을 중국에서 차관했다. 상환 능력이 거의 없는 중남미 국가에 고금리 대출을 제공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역시 당사국을 채무국가로 빠뜨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한반도를 중국의 일대일로에 편입하려는 조짐은 일찍부터 있었다. 사진은 2017년 5월, 푸저우(福州)에서 개막된 제19차 '해협양안경제무역 교역회' 안내판. 이번 교역회의에서 해상 실크로드 요소가 두드러졌고 북한관이 이곳에 처음 등장했다.(대기원 자료실)

美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10월 23일 사회주의가 가져올 폐해를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회주의 정책의 경제적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는, 마오쩌둥 시대부터 자유로운 민주사회에서조차 사회주의 정책이 성장을 떨어뜨리고 삶의 질을 저하한다는 내용을 객관적 데이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사회주의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야 한다”며 “소련에서부터 쿠바, 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사회주의든 공산주의든 모두 (국가에) 고통과 파괴, 실패를 가져왔다”며 신(新) 냉전 시대를 예고하는 발언을 트윗에 게재했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시진핑은 동북과 광동을 연이어 방문했다. 북상할 때는 ‘자력갱생’과 남하할 때는 ‘개혁개방의 길’을 강조하며 폐쇄·개방을 동시에 촉구할 만큼 이중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

중립적 인물로 정평이 난 윌리엄 오버홀트(William H. Overholt)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는 “개혁이 잘못되면 중국의 기존 경제 발전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잡한 경제 개혁 뒤에 중국 공산당의 각 이익집단이 얽혀 있어 내부적으로 투쟁이 치열한 것을 두고 “지금의 중국은 정치적 압력으로 펄펄 끓는 주전자 위에 앉아 있는 것 같다”라며 유일하게 급변이 임박했다는 것만 예측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대일로를 주도하고 있는 시진핑은 최근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막대한 채무를 지게 해 유라시아 개도국과 아프리카 등을 황폐화한다는 비난을 불식시키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상하이에서 개최한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진핑은 개방과 협력을 강조하며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하려면 각국이 더욱 많은 용기를 갖고 협력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수입박람회의 12개 주빈국에는 교역량 상위국인 미국·일본·한국의 불참과 서방국가 정상급 인사들이 보이지 않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도 있지만 중국의 진정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해 진행하는 일대일로 선상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국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지금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경제 전체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정부 자금을 활용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좋든 싫든 상관없이 한국도 미중 무역전쟁 틈새에서 경제전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어려울 때일수록 리더가 미래 변화 통찰 능력을 발휘했을 때 해당된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중국 공산독재가 지닌 관치 경제 구조와 정치적 갈등, 북핵문제, 중동 오일 가격 변동 등 이런 요소들이 미중 전쟁과 맞물려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논리적이고 확률적으로 분석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영화·조해연 기자

<저작권자 © 대기원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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